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신약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이 다음 달 초 국내 첫선을 보인다. 일부 발 빠른 의료기관은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약 처방 준비에 들어갔다.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 인지장애(치매 전 단계)와 경증 치매 환자의 기억력 저하 등 인지기능 악화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에는 증상을 일부 완화하는 약물만 존재했는데, 20년 만에 질병의 진행 속도를 지연해 주는 신약이 등장해 의료진과 환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주사제를 사용하려면 투약 전 꼭 필요한 검사가 있고 뇌 관련 부작용이 따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검사 인프라를 갖추고 부작용 발생에 따른 대처 및 모니터링이 가능한 곳에서 투여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치매학회는 최근 레카네맙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안전한 사용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했다.
25일 치매학회, 제약사 등에 따르면 레카네맙은 뇌에 축적된 독성 물질 아밀로이드베타 응집체에 직접 작용해 해당 물질을 제거한다. 3상 임상시험 결과 레카네맙 사용 그룹은 가짜약 투여군 대비 1년 6개월 후 전반적인 인지기능 점수 악화가 27.3% 감소한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 치매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선 한국인 130명을 포함한 아시아인 대상 임상시험 결과도 처음 공개됐다. 가천대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질병 진행 지연 효과는 한국인이 25.2%로 전체 임상결과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부작용은 서양인보다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에서 적게 보고됐다(그래픽 참조).

오한 두통 구토 혈압상승 등은 주사제 주입에 따른 급성 이상 반응으로 대부분 경미해 24시간 안에 저절로 낫거나 해열제 등을 쓰면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아리아(ARIA)’라고 불리는 뇌 부작용이다. 레카네맙을 투여하면 뇌 안의 아밀로이드가 분해되면서 약해진 뇌혈관 벽에 뇌부종(ARIA-E)을 일으키거나 혈액이 유출돼 뇌출혈(ARIA-H)을 유발할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는 “임상시험 결과는 물론 우리보다 먼저 신약을 도입해 3000례 이상 시행한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급성 주입 반응과 아리아 부작용 모두 동양인, 한국인에서 빈도가 적게 나온 것은 희소식”이라고 했다.
학회 권고안에 따르면 레카네맙 사용을 위해선 몇 가지 사전 검사가 필요하다. 우선 인지기능 저하 여부를 판단하는 신경심리평가를 받아야 한다. 뇌MRI 검사는 혈관성 치매 혹은 구조적 뇌병변으로 인한 인지장애나 치매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뇌 위축 등 질병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밀로이드 양성’이 확인돼야 한다는 점이다. 아밀로이드 전용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이나 뇌척수액 검사 둘 중 하나로 확인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APOE(아포지단백E) 유전자’ 검사가 권고된다. ‘APOE4 유전자형’을 가진 경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서 투약을 제한하거나 미리 대비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이미 뇌 위축 및 인지기능 저하가 많이 진행된 경우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를 없애더라도 효과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원인(혈관성 치매 등)에 의한 경도 인지장애 혹은 치매의 경우 처방받을 수 없다. 뇌혈관 상태가 약해져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1년 내 뇌경색, 일과성 뇌 허혈 발작(혈전이 혈관을 잠깐 막았다가 녹아 없어짐)을 겪었던 경우도 투여할 수 없다. 뇌MRI 상 5개 이상 미세출혈이 있거나 1개 이상의 출혈, 3개 이상의 열공성 뇌경색(미세혈관이 막힘), 1개 이상의 큰 뇌경색, 심한 뇌백질 고신호강도 소견(MRI에서 밝게 관찰됨)을 보이는 경우도 마찬가지. 혈전 형성을 막는 항응고제를 투약 중인 경우 혈소판 수치나 혈액 응고 수치가 비정상이라면 신중한 투여가 필요하다.
이런 까다로운 사용 조건에서 레카네맙을 쓸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치매학회가 지난해 6월~올해 5월 국내 13개 대학병원에서 기억 상실형 경도 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진단을 받은 6132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아밀로이드 양성’이 확인된 환자의 약 50%가 레카네맙 처방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연구에서 아밀로이드 양성이 확인되면 레카네맙을 초기에 빨리 쓸수록 결과가 좋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아밀로이드 축적이 있긴 하지만 많이 쌓인 그룹보다 적게 쌓인 그룹에서 효과가 더 좋다는 것도 확인됐다. 레카네맙과 비슷한 기전의 다른 약제 임상시험 결과에선 아밀로이드가 쌓여있지만 질병의 진행상 아밀로이드 다음으로 발생하는 독성 단백질 ‘타우’가 적게 쌓인 그룹이 많은 그룹보다 효과가 좋게 나왔다.
강 교수는 “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타우 축적, 뇌 위축, 인지기능 저하 같은 뒷단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뒷단의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사용할수록 진행이 멈출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한 효과가 좋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아밀로이드가 축적돼 있지만 인지기능은 정상인 이들에서 가장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의 레카네맙 처방 조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관련해 미국에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결과가 잘 나오면 신약 처방 대상의 범위가 ‘아밀로이드 양성, 정상 인지군’까지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레카네맙의 약값은 비급여로 병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몸무게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르다. 70㎏ 기준으로 1년에 2800만원가량 예상된다. 부작용 확인을 위한 주기적 뇌 MRI 촬영 비용, 아밀로이드 PET 추적 검사비까지 추가되면 환자 부담은 더 커질 거로 예상된다. 현재 일본은 건강보험에서 85%, 미국은 사보험으로 대부분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강 교수는 “신약이 비급여인 상황에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른 시일 내 보험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출처] - 국민일보
▶ 요약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 인지장애와 경증 치매 환자의 기억력 저하 등 인지기능 악화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입니다. 이전까지는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일부 완화하는 약물만 존재했으나, 20년 만에 질병의 진행 속도를 지연해 주는 신약이 등장하여 의료계와 환자들에게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 주사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투약 전 필요한 검사가 있으며 뇌 관련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부작용 발생에 따른 대처와 모니터링이 가능한 곳에서만 투여되어야 하며, 대한 치매 학회에서는 레카네맙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 대상 임상 시험 결과, 질병의 진행을 지연하는 효과는 한국인이 25.2%로 전체 임상 결과와 비슷했으며, 부작용은 서양인보다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에게서 적게 보고되었습니다.
학회 권고안에 따르면, 레카네맙 사용을 위해서는 몇 가지의 사전 검사가 필요합니다. 인지기능 저하 여부를 판단하는 신경 심리 평가와 뇌 MRI 검사를 통해 혈관성 치매 또는 구조적 뇌 병변으로 인한 인지장애나 치매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뇌 위축 등 질병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밀로이드 양성이 확인되어야 하며, 아포 지단백 E(APOE) 유전자 검사가 권고됩니다. APOE 4 유전자형을 가진 경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 투약을 제한하거나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현재 레카네맙의 약값은 비급여로 병원마다 상이하며, 몸무게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70kg 기준으로 1년에 2,800만 원가량 예상되며, 부작용 확인을 위한 주기적인 뇌 MRI 촬영 비용과 아밀로이드 PET 추적 검사비까지 추가된다면 환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건강보험에서 85%, 미국은 사보험으로 대부분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기에, 한국 역시 빠른 시일 내에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보험이 적용되길 바랍니다.
'기억력 > 기억력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12.06]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 멕시코에서 승인 (1) | 2024.12.07 |
---|---|
[2024.11.29, 의학신문] 미 알츠하이머 치료제 부작용 감지 AI 승인 (2) | 2024.11.29 |
[2024.11.25, 코메디닷컴] 노년 치매 좌우하는 ‘콜레스테롤 수치’ 중년부터 대비해야 (1) | 2024.11.25 |
[2024.11.23, 조선비즈]"뇌의 타우 폭탄 막는 신약 만든다" (3) | 2024.11.23 |
[2024.11.20, 동아일보] 차는 유산소 운동 꾸준히 하면… 치매 위험 40% ‘뚝’ (1) | 2024.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