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치매 신약 후보물질 CV-01 기술 수출 계약
기존과 치료 방식 달라…‘먹는 약’ 투약 간편
새로운 치매 신약 후보물질을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개발해 해외 제약사와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해당 신약 후보물질이 상용화한다면 총 3억7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벌어들이게 된다. 출연연이 맺은 기술 수출 계약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이번 후보물질은 기존 치료제가 건드리지 못한 염증 물질을 몸속에서 없애 치매 치료 효능을 높였고,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 형태여서 투약도 간편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KIST 창업 기업인 큐어버스가 자사의 치매 신약 후보물질 ‘CV-01’에 대한 기술 수출 계약을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지난 16일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계약 액수는 3억7000만달러(약 5000억원)다. 출연연 기술 수출 계약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이전 최고액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체결했던 4300억원이었다. 다만 5000억원은 상용화에 성공해야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상용화 전 개발 단계에서도 기술료를 일부 받을 예정이지만, 큐어버스는 계약상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개발된 CV-01의 가장 큰 특징은 ‘신경염증 반응’을 억제해 뇌 신경회로 손상을 방지한다는 점이다. 반면 기존 과학계에서는 치매 원인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라는 물질에 있다고 봤다. 해당 단백질을 몸에서 제거하는 기술을 연구해 온 것이다.
하지만 치매 치료 효과는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난관에 직면한 치매 연구에 큐어버스의 CV-01이 돌파구를 만든 셈이다. 큐어버스는 기존 치매 치료제의 약효 지속 시간은 12시간이었지만, 실험 과정에서 나타난 CV-01의 지속 시간은 48시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주도한 박기덕 KIST 뇌질환극복연구센터장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는 치매 예방 효과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치매 발병 전에 CV-01을 투여했더니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CV-01의 또 다른 특징은 먹는 약이라는 점이다. 기존 치매 치료제들은 주사제였다.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CV-01은 집에서 손쉽게 주기적으로 투약하는 일이 가능하다.
CV-01은 국내에서 지난달부터 임상시험 1상에 들어갔다. 모든 신약 후보물질은 동물 실험이 끝나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1~3상 시험을 거친다. 3단계 임상 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이 좋다는 결론이 나오면 비로소 시장에 나오게 된다.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는 CV-01 상용화 시점에 대해 “임상 과정에서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르면 5년 뒤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