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1, 한겨례] 저속노화는 개인 하기 나름? 정부도 공부 필요하다 (건강한겨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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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는 개인 하기 나름? 정부도 공부 필요하다 [건강한겨레]

 

통계로 보는 건강 - 정영일 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

혼자 사는 노인이 늘어나는 사회에서 이들의 사회적 소통을 돕는 정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저속노화 바람이 거세다. 티브이(TV) 프로그램, 유튜브는 물론 자기계발서에서도 “노화 속도를 늦추라”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나온다. 규칙적인 운동, 식단 관리, 생활습관 개선 등이 주요 내용이다. 건강한 노화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이런 트렌드의 변화는 반갑다. 다만 대부분의 저속노화 담론에서 개인의 노력만 부각되는 것은 다소 안타깝다.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지원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건강한 노화를 이룰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WHO는 노인이 일상에서 독립적 생활을 유지하고 사회적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기능적 역량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체계와 통합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WHO는 건강노화를 개인의 내재적 역량과 환경적 요인(물리적·사회적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하며, 이 두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 노인이 자율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WHO의 ‘글로벌 건강노화 전략 및 행동계획’에서는 건강한 노화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노인의 복잡한 건강 요구를 반영하는 형태로 의료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건강 통계는 이러한 국제적 논의와 일맥상통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는 213만8천 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의 37.8%를 차지하며, 이 비율은 2015년 32.9%에서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혼자 사는 고령자 중 44.0%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나쁘다고 평가했으며, 이 비율은 전체 고령자 평균보다 훨씬 높다. 또한 혼자 사는 고령자 중 34.8%는 몸이 아파도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고, 71.0%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32.6%는 대화할 사람이 없어 고립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는 사회적 지원과 연결망의 부재가 노화 과정에서 기능적 역량 저하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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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고령자의 사회적 관계망.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에만 의존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노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구축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해 고립을 방지하는 등 종합적인 저속노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인이 낙상의 위험 없이 보행할 수 있는 안전한 도로, 접근성이 높은 공공시설, 이웃 및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프로그램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건강한 노화가 개인의 노력만으로 달성되기 어렵고, 사회적 변화와 지원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이제는 “어떻게 모두가 함께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고령자 통계가 보여주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의 수치는 건강한 노화가 단순히 개인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건강한 노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 향상, 안전한 주거 환경 마련, 그리고 촘촘한 사회적 연결망 구축 등 사회 전체의 책임이 요구된다. 건강한 노화는 더 이상 개인의 과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국가, 그리고 개인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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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건강한 노화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 전체가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핵심 메시지:

• 건강한 노화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 사회 전체가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